이전

올라펫 뉴스 보기

6개월 전

고양이 로드킬, 수도권에서만 하루 55마리가 당한다

한국일보

지난해 12월 20일 밤 경기도의 한 주택가. 주민들의 돌봄을 받던 고양이 ‘순댕이’가 차량 밑에 숨어 있다 출발하는 차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는 그대로 떠났고, 한 살이 채 되지 않은 어린 고양이 사체만 도로 위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시민의 신고로 도착한 구청 관계자는 순댕이 사체를 흰색 폐기물 봉투에 담았다. 이 모든 장면은 주민들이 순댕이의 행방을 찾다 발견한 폐쇄회로(CC)TV에 담겨 있었다. 콩이바바(활동명) 좋은냥이 좋은 사람들 대표는 “순댕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로드킬로 희생되는 수많은 동물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줬다”며 “도심 내 로드킬(동물 찻길 사고)에 대해 정확히 현황을 파악하고 저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1만5,107건. 2020년 도로에서 동물이 차에 치여 죽은 로드킬 건수다. 국토교통부와 국립생태원이 정보 수집 온라인 플랫폼 ‘로드킬 정보시스템’을 통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만4,178건이었던 로드킬은 2019년 2만1,397건으로 늘었다. 2020년에는 1만5,107건으로 줄었지만 이는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이라는 게 국립생태원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도심에서 발생하는 로드킬 건수는 빠져 있다. 지자체도 로드킬 정보시스템에 정보를 등록할 수 있지만 참여 자체가 저조하다. 한혁 동물자유연대(동자연) 정책국장은 “국토부와 국립생태원이 발표한 로드킬 건수는 국도와 고속도로 위주”라며 “도심 로드킬 현황은 지자체별로 발표하는 동물사체 처리현황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산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로드킬 10마리 중 7마리는 고양이
2018년부터 3년간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발생한 로드킬(사체처리 현황 기준)수는 8만7,581건에 달한다. 서울과 경기 모두 해마다 로드킬 건수는 늘고 있는 추세인데 고양이 비중(서울 73%, 경기 65%)이 가장 높았다. 2020년 기준 서울과 경기도에서 각각 하루에 20건, 35건의 고양이 로드킬이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만 하루에 55마리의 고양이가 로드킬로 목숨을 잃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체처리 기준일 뿐 실제 로드킬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국도와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의 경우 로드킬 정보시스템을 통해 집계되고 있다. 또 생태통로 건설, 야생동물 출현 표지판 설치 등으로 로드킬을 줄이기 위한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반면 도심 내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은 어디서, 얼마나, 왜 발생하는지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강동구 ∙경기도, 고양이 안전 표지물 설치로 저감 성과 
도심 내 로드킬을 줄이기 위한 대책은 없을까. 지난해 3월 경기도는 수원 시내 고양이의 안전한 이동을 위한 족자 형태의 안전 표지물 350개를 제작, 로드킬 사고 발생이 잦은 50여 곳에 설치해 로드킬 저감 성과를 거뒀다. 경기도 내 로드킬 저감 활동을 벌여온 동물단체 좋은냥이 좋은사람들이 경기도 동물보호과에 안전 표지물 제작을 제안했고 경기도가 취지에 공감하면서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고양이가 건널목을 건너는 표지물 디자인은 서울 강동구 재개발지역에서 이미 관련 표지물을 제작해 로드킬 저감 성과를 거뒀던 포도(작가명) 디자이너가 맡았다. 콩이바바(활동명) 좋은냥이 좋은 사람들 대표는 “안전 표지물이 있으면 운전자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도입하게 됐다”며 “실제 표지물을 설치한 동안 로드킬이 발생하지 않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추가로 수원 시내 5곳에 안전 표지물을 설치한 결과로 이어졌다. 이어 “장기적으로 족자 형태의 표지물을 정식 도로 안전표시판으로 개선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도로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기관에 이를 제안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혁 동자연 정책국장도 “로드킬이 잦은 지점에 안전 표지물을 설치하는 것은 당장이라도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다만 지자체별로 안전 표지물을 제작, 사용할 경우 운전자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전국에서 단일한 표지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전용도로 로드킬 막기 위해 표지판 필요
한편 서울 시내 자동차전용도로의 경우 운전자의 안전에도 영향을 주는 고라니 로드킬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유도 식재와 유도 울타리를 설치해 성과를 거뒀다. 서울시설공단이 지난해 7월부터 로드킬이 잦은 서울 송파구 잠실철교 남단과 강서구 행주대교 남단, 강남구 언주로에 유도 울타리를 설치하고 배수로를 보완하는 한편 7군데에 야생동물 안전 표지판을 설치한 결과, 실제 고라니 로드킬은 2020년 31건에서 지난해 23건으로 줄었다. 반면 전체 로드킬의 70%를 차지하는 고양이 사고는 오히려 늘었다.
우동걸 국립생태원 선임 연구원은 “국도나 고속도로와 다르게 다양한 저감대책을 시행하기 힘든 도심 도로의 경우 반려동물 보호표지판을 만드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주고 속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