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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전

“내 피 나눠준다멍~” 반려견 헌혈, 함께 하실래요?

국민일보

[소모품과 생명 사이, 공혈동물] ③ 반려견 헌혈에 참여한 이들의 이야기

반려인구 1500만 시대가 도래했다. 가족처럼 사랑받는 반려동물이 있는 반면, 소모품과 같은 삶을 살다가 사라지는 생명도 있다. 우리 집 반려견이 수술받는 데 필요한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어떤 개는 매혈(賣血)의 운명에 놓여 있는 것. 위태롭고 슬픈 운명에 처해있는 공혈견의 실태와 동물 헌혈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적 대안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공혈견에게 우리 겨울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지난달 16일, 세 번째 헌혈을 한 리트리버 ‘겨울이’의 주인 A씨의 말이다.


강아지 헌혈 문화가 국내에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한국헌혈견협회나 동물병원 내 헌혈 프로그램, 견주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를 접하고 강아지 헌혈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반려견을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공혈견의 열악한 처우에 안타까움을 느껴 자신의 강아지와 함께 용기를 내서 헌혈에 참여한다. 견주의 보살핌 아래 안전하게 1년에 한 차례씩 헌혈하는 개들이 많아지면 강제적으로 피를 뽑히는 공혈견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지난달 말 처음으로 헌혈한 사모예드 ‘곰이’의 주인 B씨는 7일 “곰이의 피가 아픈 친구들에게 꼭 필요하고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1년에 1번 정도는 지금처럼 헌혈에 동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헌혈에 참여해 본 견주들은 “계속 이어가겠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강아지 헌혈이 낯선 사람들은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 우리 강아지가 너무 힘들어하진 않을지, 헌혈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는지, 어디로 가서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다.

국민일보는 강아지 헌혈에 참여한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헌혈 과정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헌혈견 출동!" 피를 나누러 가는 이들의 이야기



‘망구네! (헌혈) 조심히 다녀오겠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산에 거주하는 한국헌혈견협회 340호 헌혈견 ‘망구’의 주인 C씨는 부·울·경 지역에서 긴급수혈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출동을 결심했다. 망구는 긴급헌혈을 통해 면역매개성용혈성빈혈을 앓고 있던 코카스파니엘에게 건강한 피를 나눠줬다.

C씨는 한국헌혈견협회를 통해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 협회는 현재 14개의 협력 동물병원과 연계해서 정기헌혈을 진행하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 협회 정회원인 강아지 주인들로부터 헌혈 참가 신청을 받는다. 대상자로 선정된 강아지는 견주와 함께 정해진 날에 정해진 병원을 방문해 헌혈하게 된다. 협회 측은 강아지의 나이, 건강 상태, 과거 헌혈 신청 횟수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헌혈 대상견을 선정하고 있다.


정기헌혈 외에 긴급헌혈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연계병원에서 비축하고 있던 혈액이 모두 떨어지고, 긴급 수혈이 필요한 강아지가 생길 경우다. 협회는 아픈 강아지가 위치한 지역에 거주하는 정회원에게 우선 연락을 취한다. 또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수혈이 필요한 강아지의 혈액형 및 강아지가 입원하고 있는 지역의 위치를 올린다. 이때 긴급출동해서 헌혈할 수 있는 강아지의 주인들이 ‘출동이요!’라는 댓글을 단다. 출동한 강아지는 동물병원에서 헌혈에 적합한지 검사를 진행한 뒤 피를 나눠 아픈 강아지에게 건강과 새로운 삶을 선물한다.

A씨와 C씨는 “연계병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헌혈을 진행한 병원 측이 강아지들에게 식사 및 특식을 챙겨준다”고 했다. 고생한 강아지를 위해 수액을 놔주기도 한다. C씨는 “망구가 헌혈이라는 뜻깊은 일을 하고 온 날에는 소고기를 구워주거나 달걀, 황태 등으로 특식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협회 외에도 건국대학교 수의대병원, 서울대학교 수의대병원 등이 헌혈견을 모집해 헌혈 문화 활성화에 동참하고 있다.

헌혈하러 병원 가면, 어떤 과정 거치나


헌혈하려고 반려견과 함께 동물병원을 찾은 견주는 수의사에게 헌혈 과정부터 방법, 헌혈 후 반려견 관리법까지 전반적인 설명을 듣게 된다. 이후 수의사는 문진과 각종 검진을 통해 반려견이 현재 헌혈이 가능한 상태인지, 혹시 모를 질병에 걸린 상태는 아닌지 다각적으로 확인한다.

가장 먼저 혈액형 검사를 포함한 기본 혈액 검사를 진행한다. 혈액형에 따라 조건적으로 수혈할 수 있는 사람과 달리 개는 생애 처음으로 수혈을 받는 경우 혈액형 조건에 들어맞지 않아도 된다는 특징이 있다.

혈액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당일 헌혈을 하려는 반려견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면 헌혈은 진행되지 않는다.

서울대 수의대병원에서 진행하는 헌혈견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호가’의 주인 D씨는 “말 못 하는 강아지가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닌데 억지로 시키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할 수도 있지만 강아지가 너무 흥분해 가만히 있지 못하거나, 병원 분위기를 무서워하거나 불안해하는 경우에는 건강검진을 통과하더라도 헌혈 절차가 중단된다”고 강조했다.

일단 혈액검사를 통과했더라도 추가로 전염병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PCR 검사 등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야 헌혈할 수 있다.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 하에 채혈과정에서 헌혈견이 이상 증세를 보이거나 헌혈이 무리라고 판단되면 헌혈은 즉시 중단된다.

한국헌혈견협회와 연계된 협력병원에서는 혈액형 검사를 비롯해 후원사의 도움으로 심장사상충·바베시아·에를리키아·아나플라스마 등 진드기 매개 질병 검사 등 추가적인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4~5명의 의료진이 헌혈 과정에 참여한다. 보호자의 동의 하에 채혈 부위의 털을 손바닥 반절 정도 되는 크기로 깎은 뒤 채혈을 준비한다. 소요 시간 역시 채혈 속도와 헌혈견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시간 이내에 헌혈을 마칠 수 있다.


헌헐견의 견주들은 헌혈이 적합한지 판단하는 검사 과정을 통해 사실상 종합검진을 받게 되는 셈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30분에서 1시간의 시간이 가장 긴장된다는 ‘망구’ 주인 C씨는 “헌혈에 참여하기로 한 보호자라면 반려견의 건강을 평소에도 잘 신경 쓰실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런 무료 건강검진을 통해 혹시 모를 질병을 발견하는 등 반려견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 해줄 수 있어 헌혈을 독려하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공혈 대신 헌혈 어때요?"

수의학계와 견주들은 지금보다 더 활발한 반려견 헌혈 문화가 정착되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24시바른동물의료센터 이세원 원장은 “많은 보호자가 잘 모르실 수도 있는데 동물을 치료하다 보면 혈액이 있어야 하는 순간이 정말 많다”며 안정적인 혈액 수급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원장은 “언젠가 나의 반려동물이 혈액을 필요로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며 “더 많은 분이 헌혈에 참여해 주시길 바라고, 병원도 헌혈견협회와 협약을 맺는 등 좋은 취지의 헌혈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아지 헌혈이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견 견주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골든 리트리버 ‘봄이’의 주인 E씨는 “(강아지 헌혈은) 대형견만 할 수 있는 ‘특권’이다. 대형견 한 마리의 헌혈로 소형견 4마리를 도울 수 있다”라면서 “‘특권’을 놓치지 말아달라”고 대형견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헌혈견 문화 확대를 통해 대형견에 대한 인식 변화를 기대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형견을 기르는 F씨는 “소형 품종견을 주로 기르는 한국에서 개 물림 사고가 빈번하게 보도되는 등 대형견에 대한 경계나 안 좋은 시선을 체감한다”며 헌혈 참여로 대형견의 이미지가 제고되기를 기대했다. D씨도 “헌혈은 기본적으로 25~30㎏ 이상의 대형견만 참여가 가능하다”며 “헌혈 문화 확대로 대형견의 기여가 널리 퍼져 대형견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미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천현정 인턴기자
한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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