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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전

고양이와 물-고양이는 왜 목욕이 싫을까?

매일경제

목욕이라면 질색팔색하는 고양이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이 SNS에서 심심찮게 눈에 띈다. ‘냥빨’을 앞둔 집사들의 각오도 대단하다. 상황이 이렇기도 하거니와 고양이는 본디 자체 세수인 그루밍으로 개보다는 훨씬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므로, 목욕도 연 1~2회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런데 왜 고양이는 물을 싫어할까? 아니, 정말 싫어하는 게 맞을까?


고양이의 절대 다수가 물을 싫어하는 건 맞다. 아니, 정확히는 물에 젖는 것을 싫어한다. 이유는 네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는데, 그 첫 번째는 바로 야생의 본능 때문이다. 지금 사람 곁에 가까이 지내는 고양이들의 조상은 ‘사막고양이’다. 이들은 대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다. 사막이 대부분인 그곳은 물이 흔하지 않았으므로 물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두려움을 느끼는 유전자가 지금까지 면면이 이어져 온 것이다.


고양이가 물을 싫어하는 두 번째 이유는 털 때문이다. 고양이의 겉털은 방수가 잘 되지만 속털은 방수 기능이 약해 물에 쉽게 젖는다. 털이 물에 젖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자연스럽게 활동성이 떨어져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하므로 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능력이 급감한다. 방어는 생존과 관련한 문제로 고양이들에게는 큰 두려움일 수밖에 없다. 길고양이들이 비가 오면 비를 피해 숨느라 식사도 거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번째 이유는 체온 저하다. 몸이 젖었다 마르면서는 기화열이 발생해 체온이 떨어진다. 더군다나 일교차가 큰 사막에 살던 고양이의 조상은 몸에 물이 묻어 체온을 떨어뜨리면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되므로, 물에 젖는 것을 극도로 피했을 것이다.


네 번째는 냄새다. 목욕으로 자신의 냄새가 지워지는 것은 고양이에게 심각한 문제다. 특히 야생에서는 자신의 냄새로 영역을 표시하고 사냥 범위를 공표하는데 몸이 젖어 냄새가 지워지면 영역 표시가 불가능해진다. 야생에서 영역을 빼앗긴 맹수는 굶어 죽을 수 있다. 한편 고양이를 목욕시키면 페로몬이 씻겨 나가 다른 고양이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워진다는 견해도 있다.
결론적으로 고양에게는 물에 젖는 일이 그냥 싫은 게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위협 상황인 셈이다. 그러니 SNS에 얌전히 목욕을 받거나 심지어 목욕을 즐기는 고양이 영상에는 부러움에 몸부림치는 집사들의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것도 십분 이해가 된다.


고양이라도 모두 물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다. ‘1000마리 중 한 마리 정도’라는 자조도 있지만, 타고나기를 물을 좋아하는 품종이 엄연히 존재하는 것. 고양이 가운데서도 뱅갈, 사바나 캣, 터키 반, 터키시 앙골라, 메인쿤, 아메리칸 밥테일 품종은 수도꼭지로 장난을 칠 만큼 물과 친하다. 특히 터키에서 진화된 고양이 품종은 물을 즐기고, 털에도 방수 기능이 있다고.
수의사들은 고양이에게 목욕이 필수는 아니라고 말한다. 고양이의 침에는 기름 성분을 녹일 수 있는 천연세제가 들어 있고 혀에는 가시가 돋쳐 있어 몸에 묻은 오물을 쉽게 닦아 낼 수 있다. 한마디로 그루밍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부득이 목욕을 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겠다. 오물이 묻었을 때, 구강 내 질환이 있거나 비만해서 혹은 나이가 많아서 그루밍을 제대로 못 할 때 등이다. 이때는 샤워기를 사용하면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자극이 커지므로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젖은 수건으로 신체 일부를 조금씩 닦아 가며 단계적으로 몸을 적시는 게 좋다.


어린 고양이라면 사회화 기간인 3개월령부터 물과 친해지는 훈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강제로 훈련하면 트라우마가 생겨 공격성을 띨 수도 있으므로 단번에 성공을 꿈꾸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해 나가기를 추천한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06호 (21.11.3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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