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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전

폐교위기 시골학교, 반려동물이 살렸네

조선일보

[NOW] 봉화 경북인터넷高서 반려동물 전문高 변신… 전국서 학생들 몰려 봉화 펫高 입학 경쟁률 3대1… 90%가 다른 지역 출신

지난 23일 오전 8시 경북 봉화군 한국펫고등학교(한국펫고). 오전 수업 준비가 한창일 시간에 학생 24명이 반려견을 한 마리씩 데리고 운동장을 걷고 있었다. 하루 3차례 진행하는 반려견 산책과 배변 훈련 시간이다. 학생들은 “정규 수업은 아니지만 실습을 통해 배운 것을 응용해보는 시간”이라며 “학기마다 반려견 담당을 선발하는데, 경쟁률이 3대1을 넘는다”고 했다.

한국펫고는 국내 첫 반려동물 전문 특성화 고교다. 이날 애완동물 미용 과정이 진행된 실습실에선 학생들이 반려견 털을 깎고 다듬고 있었다. 운동장 곳곳에선 반려동물에게 에티켓을 가르치는 행동 교정 수업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실습을 통해 익힌 미용과 훈련 기술의 완성도가 수행평가 점수와 직결된다”고 했다. 일반 고교의 야간 자율 학습 시간인 오후 7~9시에는 펫 코디네이션 등 전문 기술을 배우는 자격증 수업이 진행됐다.

한국펫고의 전신(前身)은 1974년 개교한 봉화종합고교다. 지역 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급감하자 2001년 경북인터넷고로 변신을 꾀했지만, 2018년 신입생이 정원 50명 중 24명에 그치며 폐교 위기에 직면했다. 지역 학생만으론 신입생 선발이 어렵다고 판단한 학교는 최근 떠오르는 분야인 반려동물 산업에 주목했다.

2019년 학교 이름을 한국펫고로 바꾸고 반려동물 전문 학과를 편성하자 전국에서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최근 2년간 평균 입학 경쟁률은 3대1. 경북도 특성화고 중 가장 높다. 현재 재학생 130명 중 118명(90%)이 서울·경기·광주 등 다른 지역 출신이다.

정부가 발표한 인구 감소 지역에 포함된 경북 봉화군은 지방 소멸 위기를 체감하는 지역이다. 1970년대 11만명에 달했던 인구가 지난 9월 기준 3만명대로 떨어졌다. 1982년 827명에 달했던 봉화종합고 전교생은 2018년 111명으로, 개교 이래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당시 연구와 취업을 담당했던 김동상 교장은 “수도권과 대도시 학생들을 봉화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른 지역에 없는 독특한 테마를 선택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이름을 바꾸는 단계부터 제동이 걸렸다. 동창회에선 “왜 하필 ‘펫’이 교명에 들어가느냐”고 반발했다. 학교 운동장이 반려견 산책로로 변하고, 테니스장이 동물 훈련장으로 바뀌자 일부 주민들은 소음과 개 물림 사고를 우려했다. 학교 측은 “국내를 대표하는 이름을 갖춰야 전국에서 학생들이 올 것”이라며 동창회를 설득했고 “방음벽을 설치하고 맹견은 기르지 않겠다”며 주민들을 달랬다. 타지 학생을 위한 기숙사를 만들었고, 반려동물 교육센터도 세웠다. 그런 노력 덕분에 한국펫고로 이름을 바꾼 첫해인 2019년, 모집 정원 48명에 57명이 지원했다. 작년과 올해는 정원 44명에 130명 안팎의 지원자가 몰렸다.

학생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타지 생활을 걱정하는 가족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 출신인 정예림(17)양은 “진학 전에 내 미래 계획을 부모님에게 프레젠테이션해서 이곳으로 왔다”며 “반려동물 재활치료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온 황수정(17)양은 “펫 스타일리스트가 꿈”이라며 “중학교 때 시험 성적을 높이겠다는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고 이곳에 왔다”고 했다. 내년에는 제주도 출신 학생도 입학할 예정이다. 학생들이 몰려들자 동창회에선 “펫이 우리 학교를 살렸다”며 최근 2년간 장학금 6000여만원을 쾌척했다.

내년 2월에는 한국펫고 반려동물학과의 첫 졸업식이 열린다. 졸업을 앞둔 반려동물 전공 3학년 학생 24명 중 16명이 현재 취업에 성공해 동물병원과 애견유치원, 유기견센터 등에서 일할 예정이다. 김동상 교장은 “앞으로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거북이와 파충류 등 특수 반려동물 분야까지 전문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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