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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전

토치로 지지고, 척추 부러트리고...학대 위험에 처한 길고양이들

아시아경제

부산·완도서 연이어 학대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길고양이들 발견...경찰 조사 착수 전국에서 동물학대 범죄 끊이지않고 발생하지만...'솜방망이 처벌' 비판 국민 공분샀던 '동물판 N번방 사건'도 '집행유예'로 감형 동물보호단체 "동물향한 폭력, 사회적 약자로 이어질 수 있어...강력 처벌 필요"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최근 누군가에 의해 학대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길고양이들이 연이어 발견되고 있다. 국민 공분을 산 이른바 '동물판 N번방 사건'의 피고인도 집행유예에 그쳤는데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이 결국 동물들을 학대 위기에 내몰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지난 6일 영도구 청학동 한 주택가에서 척추와 꼬리뼈 골절로 하반신이 마비된 흰색 고양이 한 마리가 발견됐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영도구 신선동 한 마트 근처에서는 터키시앙고라 고양이 1마리가 우측 귀가 잘리고 옆구리에는 상처를 입은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두 건 모두 의도적인 동물 학대 사건으로 보고,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있다.

또 전남 완도에서도 3개월 된 새끼 길고양이가 얼굴에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는데, 역시 학대 받은 정황이 의심된다. 완도경찰서에 따르면 완도읍 한 논밭에서 지난 12일 오전 길고양이가 양쪽 눈과 얼굴이 녹아내리는 등 심하게 다친 상태로 발견됐다.

동물학대 혐의로 이를 경찰에 고발한 동물보호단체 전국길고양이보호연합(전길연)은 측은 평소 고양이를 돌보던 주민 A씨가 다친 고양이를 발견해 근처 동물병원에 데려간 뒤 의사로부터 학대가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황미숙 전길연 대표는 "평소 마을 주민이 이 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곤 했다. 손을 타던 고양이였다"라며 "의사는 누군가가 토치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 고양이를 잡고 정확히 안면부를 노려 불을 붙인 것 같다는 소견을 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지역에서 이전에도 학대받은 정황이 의심되는 고양이가 발견된 적이 있다는 점이다. 황 대표는 "작년에도 귀 양 끝과 등에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라며 "당시에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 조사 등의 조치가 없었는데 이러한 부분이 재범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학대당한 고양이가 발견됐다는 점 등으로 볼 때 동일인의 범행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체를 훼손하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길고양이가 학대당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지만 가해자가 받는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1일 대전지법 서산지원 재판부는 '오픈채팅 고어전문방 동물학대' 사건의 피고인 B씨에게 동물보호법, 야생생물법 등 위반 혐의로 징역 4개월 및 벌금 100만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고어전문방'은 야생동물 포획·신체 절단 방법이나 관련 경험담 등을 공유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다. 이 채팅방에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80여명이 있었는데 이들이 동물들을 죽이는 과정이 담긴 영상과 사진을 공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 사건은 이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성착취물이 공유된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의미로 '동물판 N번방 사건'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들을 엄벌에 처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나흘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는 등 국민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검찰은 당초 피고인 B씨에게 현행 동물학대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이에 동물권단체 카라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강력 규탄했다.

전진경 카라 대표는 "동물학대가 반사회적 범죄임을 알면서도 피고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봐주기식 처벌을 내린 재판부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며 "동물학대 강력처벌은 물론,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서도 일관된 양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보호단체는 동물에 대한 폭력이 미성년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9월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10년 간 동물보호법 위반 관련 현황'에 따르면 10년 간 붙잡힌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 중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인원은 2751명(63.1%)이었지만 구속은 5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의 공통점에는 동물학대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동물학대가 폭력, 살인 등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 동물대상 범죄를 강력범죄에 준해 대응해야하다"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 또한 동물학대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동물학대가 범죄라는 인식이 선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동물판 N번방 사건' 판결에도 알 수 있다시피 동물학대 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굉장히 낮다. 동물학대 사건이 전국적으로 반복되는 만큼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는 정도의 처벌 수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동물을 향한 범죄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이유에는 동물학대가 범죄라기 보다는 장난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플래카드 등으로 '동물학대는 범죄'라는 사실을 알리는 작은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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