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올라펫 뉴스 보기

1주 전

동물원 사자는 코로나 백신 맞는데… 우리집 강아지·고양이는?

조선일보

[사이언스카페] 개·고양이는 증상 없고 전염 우려 없어 미 정부 허가 안해

코로나 대유행이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사람을 통해 동물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전 세계 동물원은 야생동물을 코로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있다. 반면 집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에 대한 백신 접종은 어디에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같은 고양이 과(科) 동물인데 사자는 소중하고 우리 집 고양이는 무시해도 되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가정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는 다른 동물보다 코로나의 위험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개와 고양이가 코로나에 걸려도 중증으로 이어지지 않고,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전염시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개, 고양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역시 백신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개, 고양이는 증상 없고 전염도 안해

지난해 2월 홍콩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키우던 포메라니안 품종 개가 처음으로 사람에게서 코로나에 감염된 것을 시작으로 개, 고양이 감염이 잇따랐다. 동물원의 사자, 호랑이, 고릴라와 농장에서 키우는 밍크도 감염됐다.

미국 동물의약품 제조업체인 조에티스(Zoetis)는 전 세계 동물원에 동물용 코로나 백신을 공급했다. 올 초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있는 오랑우탄 4마리와 보노보 5마리도 동물용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았다. 인간 이외의 영장류가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은 것은 이들이 처음이었다. 지난 3월부터는 농장의 밍크에 대한 백신 임상시험도 시작됐다.

조에티스 백신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만 마리 이상의 동물에게 접종됐다. 하지만 사람과 가장 가까운 개, 고양이는 백신 접종에서 빠졌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지 보도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는 코로나 위험성이 다른 동물보다 적어 미 농무부가 조에티스의 애완동물용 백신 신청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에티스는 2019년 매출 60억 달러(한화 6조 6000억원)를 올린 대표적인 동물의약품 제조업체이다. 개의 호흡기 질환용 백신과 고양이 백혈병 백신 등을 판매했다. 조에티스는 작년 홍콩에서 애완견의 코로나 감염 소식이 전해지자 바로 동물용 코로나 백신 개발에 들어가 지난해 가을 개발을 마쳤다. 회사는 개와 고양이 대상 실험에서 백신이 항체를 유도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농무부는 지난해 11월 조에티스의 개, 고양이용 백신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개나 고양이는 백신이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미 정부가 판단한 것이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농무부의 결정을 뒷받침했다. 미국 텍사스A&M대 연구진은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바이러스’에 “코로나 감염자와 살고 있는 개, 고양이 76마리 중 개가 코로나에 감염된 것은 1.7%에 그쳤으며, 고양이는 17.6%였다”고 밝혔다. 감염된 동물도 82.4%는 증상이 없었다.

다른 동물에 대한 전염 위험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대 연구진은 같은 학술지에 길고양이에서 코로나 항체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사람에게서 코로나에 감염돼도 다른 고양이에게 옮기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물이 변이 바이러스의 온상될 수도

하지만 농장 동물은 달랐다. 덴마크 농장에서 사람을 통해 밍크에서 집단 코로나 발병이 일어났다. 전염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밍크는 다시 사람에게 코로나를 옮기기도 했다.

덴마크 정부는 밍크가 코로나 백신을 무력화시킬 강력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온상이 될까 우려해 자국에서 사육 중인 밍크 1700만 마리 전체를 살처분키로 결정했다. 조에티스는 애완견용으로 개발한 코로나 백신을 밍크용으로 전환했으며, 미 농무부도 이를 허용했다.

동물원의 동물도 문제다. 사람 접촉이 훨씬 많고 코로나 감염 시 증상도 훨씬 심했다. 조에티스의 백신은 14국 동물원의 1만3000마리 동물에게 2만6000여회 접종됐다.

동물의 코로나 감염은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수 있다. 안전지대가 사라지고 변이 바이러스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일 프랑스와 영국 과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영국발 알파 변이 바이러스는 개와 고양이에게 심장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이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개와 고양이 중 면역력이 약한 개체는 코로나에 취약할 수 있다.

최근에는 동물에서 또 다른 집단 코로나 발병 사례도 확인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수레시 쿠치푸디 교수 연구진은 지난 1일 논문 사전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지난해 4월에서 올 1월까지 아이오와주의 흰꼬리사슴에서 채취한 시료 중 80% 이상이 코로나에 감염됐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사슴은 사람을 통해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아직 다시 사람에게 코로나를 옮기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3800만 마리의 북미 흰꼬리사슴이 대규모로 코로나에 감염되면 백신이 듣지 않는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는 질병의 저장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밍크 백신을 개, 고양이에 쓸 수도

과학자들은 인간이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듯 결국 동물을 위한 백신도 계속 개발돼야 한다고 본다. 이는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과거 스페인 독감 대유행이 새의 독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넘어와 유발됐고, 2009년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인플루엔자도 돼지 바이러스가 사람과 새에게 감염되면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밍크에게 임상 중인 조에티스 백신이 허가를 받으면 유사시 개와 고양이에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조에티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로 백신을 만들었다. 미국의 바이오 기업인 메드진 랩도 같은 방법으로 백신을 개발했다.

뉴욕의 바이오 기업인 어플라이드 DNA 사이언스는 고양이 백신을 개발했는데, 조에티스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이탈리아 기업 에비백스와 손잡고 밍크 백신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외에 러시아에서도 밍크용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다른 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