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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전

[기억할 오늘] "그럼피하지 않은" 그럼피 캣

한국일보

5.14 그럼피 캣

2012년 9월, 미국 애리조나의 암컷 고양이 한 마리가 SNS(reddit)를 통해 얼굴을 드러냈다. 잔뜩 심술이 났거나 경멸하듯 뭔가를 노려보는 표정의 ‘그럼피 캣(Grumpy Cat)’이었다. 그는 가히 세계인의 사랑을 누리며 ‘밈(재미있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진)’의 모델이 됐고, 이듬해 ‘강남 스타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가수 싸이를 꺾고 ‘인터넷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웨비 어워드(Webby Awards)’의 ‘2013 올해의 밈’ 상을 수상했다. 미국 주요 방송사들이, 유수의 매체들이 경쟁적으로 그를 초대하고 사연을 소개했고, 여러 기업이 홍보·판촉행사의 모델로 그를 모셔갔다. 일등석 항공권과 킹사이즈 침대를 갖춘 특급호텔, 리무진 차량과 ‘퍼스널 어시스턴트’를 제공한 곳도 있었다.


그럼피 캣(본명 Tardar Sauce) 특유의, 경멸과 짜증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은 앞니가 어긋나게 닫히는 ‘반대교합’과 고양이 소인증 영향이었다고 한다. SNS 이용자들은 그럼피 캣의 사진에 자신이 원하는 문구를 달아 이모티콘처럼 전파시키곤 했고, 그걸 모방하거나 응용한 새로운 메시지가 경쟁적으로 만들어지곤 했다. 한 비평가는 트럼프 시대 미국인의 스트레스와 분노를 대변해줬기 때문이라고 그의 인기를 분석했다.


그럼피 캣의 반려인 터배서 분더센(Tabatha Bundesen)은 2013년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매니저가 됐고, 남동생 브라이언은 그럼피 캣의 SNS계정 전담 관리자가 됐다. 가족은 별도의 밈 전문 매니저도 고용했다. 8개의 상표권을 등록했고, 화보집 등 책을 출간했고,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고, 다양한 디지털 작품과 900여 종의 라이선스 기념품이 제작됐고, 공식 숍이 열렸다.


그럼피 캣은 2019년 5월 14일 요로감염증 합병증으로 숨졌지만, 상표권 등 그의 유산은 지금도 증식되고 있다. 그의 가족은 “그녀는 이름과 달리 성질 사납지(grumpy) 않으며,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길 갈망하던 무척 상냥하고 귀여운 고양이였다”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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