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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

동물학대범 검거, 10년간 12배 증가…기소율은 9%

경향신문

2010~2019년 총 3345명 검거
재판 넘겨진 사람 304명 불과
학대 방법도 갈수록 잔혹해져
실형 10명뿐, 대부분 벌금형

처벌 행위 ‘포괄적 규정’ 필요
동물의 법적 지위도 상향돼야

경찰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야생동물을 학대하는 사진·영상을 공유하는 이른바 ‘고어전문방’ 참가자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면서 사법처리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동물학대 사건이 해마다 늘고 범죄 양상도 잔인해지고 있지만 전체 사건 중 재판에 넘겨지는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동물학대 사건이 생길 때마다 처벌이 가능한 행위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처벌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성동경찰서는 전날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어전문방 참가자인 20대 남성 이모씨 등 3명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씨는 활과 화살 등으로 고양이, 개 등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그 사진을 고어전문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영어에서 고어(gore)는 피를 의미하며 고어물이란 다량의 피를 흘리거나 신체를 훼손하는 장면이 나오는 공포영화 장르이다.

그동안 동물학대범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란 지적이 많았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이날 경찰청과 대법원에서 받은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 발생 현황’을 보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거된 인원은 해마다 늘었지만 기소율은 10%에도 못 미쳤다.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검거된 인원은 2010년 78명에서 2013년 150명, 2016년 331명, 2019년 962명으로 증가했다. 10년간 검거된 인원은 3345명이지만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304명에 불과했다. 입건 대비 기소율은 9%에 그쳤다. 최종 처벌 수위는 벌금형 183명, 징역형 39명, 선고유예 21명, 무죄 4명 등이었다. 실형이 선고된 인원은 10명이었다.

동물학대 범죄 양상이 갈수록 잔혹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1월에는 차량에 개를 묶은 채 시속 60~80㎞로 달려 개를 죽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5월에는 코와 입이 잘린 개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동물학대는 그 자체가 범죄일 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로 이어질 개연성도 크다는 점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강호순 등이 범행 전에 동물을 여러 차례 죽였다. 미 동물구조단체 ‘MSPCA앵겔’은 “동물학대자의 70%는 최소한 하나 이상의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연쇄살인범은 대부분 동물학대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동물학대 처벌이 약한 이유 중 하나로 열거 방식의 동물학대 조항을 꼽았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동물학대 행위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처벌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의 동물학대 관련 법은 동물학대를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행위’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한다.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팀장은 “현행 법은 ‘목을 매달면 안 된다’ 등 열거된 동물학대 조항과 범죄 행위가 합치해야만 처벌하도록 돼 있어 실제로 처벌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동물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법무부는 그 일환으로 동물을 법률상 ‘물건’에서 ‘비물건’으로 바꾸는 민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서국화 변호사는 “비물건화 논의를 통해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 감정이 달라질 것”이라며 “동물의 법적 지위가 개선돼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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