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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

어디로 가야 하나…학대 동물 품은 나주 ‘천사의 집’ 철거 직면

한겨레

지난 15일 찾은 전남 나주시 부덕동 민간 동물보호소 ‘천사의 집’에서는 여러 사연을 가진 동물을 만날 수 있었다.

전남 한 시골 농가에 묶여 지내며 상추밭을 지키던 잡종견 샐리(2살)와 새끼 세마리는 비쩍 마른 몰골이었다. 사람을 잘 따르는 온순한 성격이었지만, 주인은 ‘배가 고파야 짖는다’며 먹이와 물을 주지 않았다. 동물보호단체 설득으로 간신히 주인에게서 벗어난 샐리는 이곳에서 새끼들과 함께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암컷 몰티즈 목화(4살)는 주인에게 버림받았다. 지난해 가을 주인은 목화를 마을 앞 공터에 묶어둔 채 이사 가버렸다. 목화는 주변 건축폐기물 바닥을 파고들어 한겨울 비바람을 피했다. 근처 주민이 주는 먹이로 연명한 목화는 지난달 15일 구조돼 심장사상충 치료를 받고 있다.

번식장 종견이었던 수컷 치와와 와와(6살)는 좁은 철장에서 오래 지낸 탓에 겁이 많았다. 2016년 보호소로 왔지만 아직도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아 새 주인을 못 찾고 있다.

이렇게 샐리 등 개 170마리와 고양이 30마리를 보살피는 천사의 집이 철거 위기에 몰렸다.

천사의 집은 19일 “2013년 부덕동에 자리 잡은 뒤 동물이 늘어나며 건물을 증축했는데 나주시가 12일 비 가림막 등 시설 일부(1310㎡)에 대해 원상복구 시정명령 사전 통지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원상복구를 해야 하는 면적은 전체 규모(1650㎡)의 80% 수준이다. 석달 안에 원상복구하지 않으면 수백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천사의 집 쪽은 무허가 건물 증축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여러달이 걸리는 허가 절차를 미룬 채 위급한 동물들을 구조하다 보니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천사의 집은 개 번식장 6곳 등에서 2000마리를 구조해 입양 보내거나 보호하고 있다. 나주시가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는 80마리만 수용할 수 있다.

임용관 대표는 “우리가 잘못한 것은 알겠으나 갑자기 철거하라고 하면 200마리나 되는 동물은 어디로 가야 하나. 지자체를 대신해 동물을 보호했는데 오히려 쫓겨나야 하니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최우창 나주시 건축지도과 팀장은 “국민신문고에 불법건축물 민원이 접수돼 어쩔 수 없이 시정명령을 내렸다. 상황은 알겠지만 법은 공평해야 한다. 다만 최대한 양성화를 시키는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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