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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전

특별한 진돗개와 ‘조금 평범하게’ 사는 법

한겨레

1회 바로가기⇒보호가 낳은 학대 ‘진도개보호법’의 모순

지난 11일 밤 진돗개 ‘태산이’와 산책을 나간 박시연씨는 험한 일을 겪었다. 한 중년 남성이 다가와 다짜고짜 ‘왜 입마개를 하지 않았냐’고 다그쳤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얘는 공격성이 없어요. 진돗개는 입마개 의무 착용 견종도 아니에요.” 박씨의 설명에도 그는 막무가내였다. “개 같은 X” “싸가지 없는 X”. 그에게 돌아온 건 생전 처음 듣는 모욕이었다.

‘제시카 심순’(제시카)의 반려인 홍조씨는 최근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느닷없는 ‘공문’을 받았다. 대형견 관리에 주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무슨 주의를 하라는 거지?’ 홍조씨는 궁금했다. 관리사무소가 보낸 안내문엔 아파트 생활수칙이 적혀 있었다. “애완동물이 짖도록 관리를 소홀히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개가 시끄럽게 짖도록 내버려두지 말라는 얘기. 그런데 제시카는 짖는 일이 거의 없었다. “짖거나 사나운 행동을 보인 적이 한번도 없는데 좀 억울했어요. 주민 중 누군가가 저희 개를 보고 민원을 한 것 같아요.”

입마개, 해도 시비 안 해도 시비

진돗개 반려인들에게 산책길 시비나 공동주택 갈등은 흔한 일이다. 특히 반려인이 젊은 여성일 경우, 길거리에서 욕이나 폭언을 듣는 일이 다반사다. ‘진돗개를 왜 아파트에서 키우냐’는 참견부터 ‘된장 발라 먹으면 좋을 것 같다’는 막말까지 단골 멘트가 있을 정도다.

입마개 착용 시비는 진돗개뿐 아니라 리트리버나 보더콜리, 셔틀랜드쉽독 같은 중대형견이면 흔히 겪는 일이지만, 진돗개의 경우엔 여느 반려견이라면 듣지 않을 폄하 발언까지 추가된다. 진돗개를 경비견(집 지키는 개)으로 마당에 묶어 놓고 키우거나, 개농장 식용견으로 기르는 모습이 과거 세대에게는 익숙한 탓이다.

‘태산이 누나’ 박시연씨가 산책을 나갔다가 ‘험한 일’을 겪고 경찰에 신고한 것만도 이번이 세번째다. 박씨는 “욕설하는 장면을 녹음하거나 증인이 있지 않으면 이런 모욕이나 차별에도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봄이 와서 날씨가 따뜻해지면, 좋으면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산책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시비를 겪을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란다.

입마개 착용에 대한 오해도 한 두번이 아니다. 맹견이 아닌 진돗개는 입마개 의무 착용 견종이 아니지만 곧잘 ‘왜 입마개를 안하냐’는 타박을 듣는다. 공격성이 없더라도 착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반려인들은 입마개는 차고 나가면 주목을 끌고, 착용하지 않으면 비난 받는 ‘아이러니한 물건’이라고 했다. 홍조씨는 “입마개를 하면 또 무는 개라는 오해를 산다. 사실 물지 않아도 산책하다 뭘 주워먹을까봐 입마개를 씌우기도 하는데 그러면 사람들은 사나운 개라고 생각하더라”고 전했다.진돗개라도 성향은 제각각이지만, 진돗개는 유독 사나운 개라는 선입견이 강하다. 개물림 사고가 일어나면 주로 반려인의 부족한 ‘펫티켓’이 지적되기보다 사고 견종을 탓하는 보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기도 양주시 개물림 사고 때는 ‘내장이 튀어나왔다’ ‘성인 O명이서도 못 잡았다’는 등의 제목으로 공격적인 모습만 부각시켜 사건의 본질적 문제를 흐리기도 했다.

반려동물 행동 전문가는 진돗개가 문제견으로 자주 지목되는 이유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 소장은 “개물림 사고는 진돗개뿐 아니라 여러 견종에서 일어난다. 다만 진돗개는 국내에서 가장 흔한 종이다. 그만큼 사고가 날 확률도 높은데 뭔가 일이 벌어지면 늘 진돗개를 탓한다. 진돗개라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한 개가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린 진돗개를 얼마나 알고 있나

상황이 이러니 시설을 이용하는 데도 제약이 많다. 박시연씨는 숙박업소나 놀이터를 이용할 때도 신경이 쓰인다. “대형견이 허용되는 곳도 진돗개는 제한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입장가능한 업체 리스트가 공유되기도 해요.”

3살 진돗개 ‘진솔이’를 반려하고 있는 전진리씨는 업체 입장이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깝다고 했다. 전씨는 “사고가 나면 책임을 져야 하니까 조심스러운 건 알겠는데, 진돗개 유기견들은 안그래도 입양율이 낮은데 이런 점까지 더해지면 입양이 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전씨는 2017년 건강원에서 데려온 ‘진솔이’와의 반려생활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진솔쓰’로 구독자 14만 여명을 둔 인기 유튜버다.

진솔이는 키우기 쉬운 개는 아니었다. 실내에서는 대소변을 보지 않으려고 해서 하루에 3~4번은 배변 산책을 나가야 했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장시간 배변을 참는 일이 벌어졌고, 전씨는 결국 진솔이를 돌보기 위해 재택이 가능한 일로 직업을 바꿨다. “실외배변은 그래도 덜 힘든 거예요.”

그가 제일 힘들다고 꼽은 일은 사회화 훈련이다. 강아지에게 사회화 교육이 필요한 생후 2~3개월 시기에, 짧은 목줄에 묶여 지냈던 진솔이는 불안한 성향을 자주 드러냈다. “으르렁 대는 게 있었어요. 저희끼리 유튜브나 티브이 프로그램 보면서 교육도 해봤지만 잘 안고쳐지더라구요.” 그는 2년 전부터 사회화 훈련을 위해 매주 진솔를 유치원(훈련소)에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진돗개가 반려가 쉽지는 않은 견종이라 평가한다. 진돗개는 한반도 남부 자연발생종으로, 인위적으로 교배한 서양개와 달리 가축화가 덜 진행된 종이다. 물을 싫어하고, 수렵성이 강하며 영역 주장이 확실한 진돗개의 기질은 야생성의 특징으로 꼽힌다.(윤희본, <진돗개 이야기>)

과거 진돗개는 야생동물로부터 농작물을 지키고, 대문에 묶인 채 집을 지켰다. 영리하고 기억력이 좋아 한 보호자를 평생의 가족으로 알고 따랐다. 대소변은 같은 자리에서만 보고, 적게 먹었다. 도시화 이전 진돗개의 이런 특성들은 진돗개만의 우수성으로 꼽혔다. 이런 개들이 주로 번식돼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시대가 바뀌자 사람들은 이런 진돗개의 특성을 단점으로 꼽기 시작했다. 동물행동전문 수의사 설채현 놀로 동물행동클리닉 원장은 “진돗개를 반려하려면 진돗개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과거의 우리가 진돗개를 키우던 방식을 보면, 낯선 사람을 경계하도록 만들었다. 기질적으로 사냥본능이 있고, 고집스러운 성격이 남아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유전적으로 남아있는 정보이고, 중요한 건 보호자가 어떻게 교육하느냐”라고 강조했다.

“고양이 같은 개” 진돗개의 매력

진돗개는 ‘조금 남다른 개’지만, 단순히 다르다고만 말하기 어려운 사연도 있다. 진솔이 같은 진도믹스견은 국내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폄하되는 개이기 때문이다. 진돗개들은 지금도 공장지대나 시골 앞마당에 묶인 채 자라거나, 개농장과 개 도살장에서 발견된다. 그런 까닭에 유기견 보호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4월11일 국내 동물단체 2곳의 유기견 보호현황을 살펴보면, 입소견의 절반은 진도믹스다. 카라 더봄센터 유기견 120마리 중 57마리가,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의 280여 마리 중 140여 마리가 진도믹스다.

전진리씨는 “다르다는 게 나쁜 것은 아닌데 워낙 국내 진돗개들의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다른 반려견처럼 편하게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대신 그는 진돗개의 매력을 보여주는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진솔이의 일상과 여행, 유치원 생활을 소개하는 영상들은 “진돗개가 이렇게 귀여운지 몰랐다”는 호응과 함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진돗개는 ‘밀당’하는 개다. “단점이라고 하는 게 곧 장점인 경우도 있어요. 예민하다, 경계성이 있다고 하는데 그만큼 보호자의 감정이나 변화를 빨리 눈치채고 이해력이 좋아요. 의심이 많으면서도 움직임, 행동을 보면서 교감하는 걸 좋아하죠. 독립적인 성향이 있어서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구요. 약간 고양이 같은 개라고 할까요.”

일러스트레이터인 홍조씨는 2018년 제시카의 입양기를 쓴 책 <제시카 심순의 봄>을 출간한 뒤, 현재까지 꾸준히 진도믹스와 유기동물의 입양을 독려하는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잘 지내는 모습을 많이 알리고 싶어요. 진돗개도 아파트에서 잘 살 수 있고, 얼마든지 예쁘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좋은 모습만 부각되면 섣불리 입양을 결정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이 질문에 홍씨는 “그래도 실제로 입양을 결심하는 분들은 아직 적다. 국내서는 중대형견을 부담스러워 하고, 진돗개에 대한 인식도 아직 안 따라오고 있다”며 “긍정적인 모습이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드랙 아티스트 나나 영롱킴씨도 진돗개 ‘마리’를 반려하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마리를 만나기 전까지 큰 개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막상 같이 살아보니, 다른 개들과 다를 바 없더라구요.” 마리는 7년 전 한 노인이 상자에 담아 팔던 강아지였다.

마리는 그에게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잘못한 게 없는 데 늘 욕 먹고 살잖아요.” 그의 직업인 드랙(Drag)은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과 상관없이 원하는 젠더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하위문화다. 성소수자인 그도 종종 존재 자체를 거부 당하고 차별 받는 일이 많았다. 마리를 “누구보다 멋지게 키우고 싶다”고 한 이유다. 산책을 나갈 땐 늘 마리의 목에 색색의 스카프를 묶어준다. 갖고 있는 스카프만 10개가 넘는다. 그는 “점차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상처받는 일이 많다. 옆을 지난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먹기도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좋은 반려견? 좋은 보호자가 돼야

좋은 반려견의 기준은 뭘까. ‘진돗개도 도시에서 잘 살 수 있냐’는 질문에 이찬종 소장은 이렇게 되물었다. “좋은 반려견이란 게 도대체 뭐예요? 그 기준이란 건 다수가 좋다고 합의한 겁니다. 우리가 예전엔 ‘견주’라는 말을 썼어요. 지금은 모두 ‘보호자’라고 해요. 보호자라면 우리 개가 어떤 성향인지 알고 거기에 맞게 기준을 제시해 줘야죠. 진돗개라고 다르지 않아요.”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진돗개를 잘 반려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3회에서는 반려동물 행동교정전문가 이찬종 이삭애견훈련소 소장과 동물행동전문 수의사 설채현 놀로 동물행동클리닉 원장에게 진돗개를 키우기에 앞서 반려인들이 꼭 알아야 할 상식과 진돗개의 특성을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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