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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전

진돗개의 불행은 진도에서 시작된다

한겨레

대한민국 ‘국견’으로 불리는 천연기념물 53호, 영리하고 용맹한 토종개이지만 개 농장 뜬장, 도살장, 마당 방치견으로 흔하게 보이는 개, 바로 진돗개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진돗개는 “가장 사랑받으면서도 가장 학대받는 개”(카라 전진경 대표)입니다.

애니멀피플은 2017년 창간 당시 ‘대한민국 진돗개 보고서’를 통해 진돗개의 복합적인 상황을 한 차례 살펴봤습니다. 4년간 진돗개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진돗개 농장주부터 국내외 진돗개 반려인, 진돗개 전문가, 훈련사와 수의사, 진돗개의 해외입양을 주선하는 단체들을 만났습니다.

진돗개 견종에 대한 차별과 오해를 줄이는 협업도 진행했습니다. 환경·동물복지를 추구하는 패션잡지 ‘오보이’는 훌륭한 반려견으로 도시에서 살고 있는 진도믹스 반려가정을 화보로 촬영했고, 유튜버 ‘진솔쓰’는 진도믹스 유기견들의 입양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애피는 앞으로 총 4회 기사로 진돗개를 둘러싼 여러 입장과 순간들을 전합니다.

조용하던 공연장 곳곳에서 흥분한 개들의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개도 사람도 묘한 흥분감에 휩싸이는 듯했다. 200m 원형 트랙 출발 지점의 문이 열리자 개들은 눈앞에서 쏜살같이 사라졌다. 개들은 눈앞 ‘사냥감’을 쫓았다. 기계에 매달린 채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미끼는 잡힐듯 말듯 개들을 앞서갔다.

두번째 바퀴가 되자 네 마리 중 두 녀석이 후미로 떨어졌다. “얘네는 지쳤나보다.” 선두와 거리가 벌어진 개들이 의무라도 다하려는 듯 이전보다 건성으로 달려 도착 지점으로 향했다. 그제서야 개들의 주둥이에 씐 입마개가 눈에 들어왔다.

“테마파크가 진돗개 편견 부추겨”

3월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진돗개 테마파크를 폐지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테마파크가 생명을 경시하고 시대를 역행하며, 소리에 예민한 개들을 학대하는 동물 서커스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2012년 진돗개 혈통보전과 우수성 홍보 등을 목적으로 문을 연 전남 진도군 진도개테마파크(진도군은 천연기념물로 관리받는 진돗개를 ‘진도개’로 쓰고 있다)는 매년 3~12월 진돗개 공연, 경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마다 공연이 시작되는 3월이면 동물복지와 관련한 작은 항의들이 있어왔으나 올해는 논란의 진폭이 달랐다.

특히 진돗개들이 입마개를 한 채 맹렬히 달리는 홍보 사진에 반려인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진돗개는 입마개 착용이 의무가 아님에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주 오해를 받고 시비의 대상이 되는 견종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고 열흘 뒤인 3월13일 토요일 진도개테마파크를 찾았다. 문제의 진돗개 경주는 채 5분이 되지 않는 짧은 프로그램이었다. 주말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듯 마지막 순서였다. 공연 좌석에 앉아있던 관람객들도 경주장 울타리에 모여들었다.

경주가 시작되자 플라스틱 입마개를 한 네 마리의 개들이 한 조가 되어 달려 나갔다. 트랙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목표물이 움직이면 개들은 사냥감을 쫓듯 뒤를 쫓았다. 눈 앞을 스치듯 달려가는 개들의 외모를 자세히 볼 틈도 없었다. 그런 중에도 누군가는 중얼거렸다. “진짜 입마개를 했네.”

청원글을 올린 ㄱ씨는 애니멀피플과의 통화에서 “개 경주 사진에 많이 놀랐다. 요즘엔 경마나 돌고래 체험도 동물학대 지적이 많은데, 진도군이 진돗개를 홍보한다면서 이런 사진을 올리는 게 터무니 없었다”고 말했다.

청원인을 비롯한 진돗개 보호자들은 입마개뿐만 아니라 테마파크 곳곳에서 진돗개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강화하는 프로그램들이 진행중이라고 지적한다. 진돗개 반려인 ‘태산이 누나’ 박시연씨는 “진도개 홍보관에 악력체험이라는 게 있다. 손을 집어 넣고 진돗개가 무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 체험해 보는 것이다. 과연 이 체험이 관람객들에게 어떤 생각을 심어줄까. 진돗개는 입질이 있고 사납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지인의 마당개가 낳은 강아지를 입양한 보호자들이었다.

사납다 오해받고…시설 이용 거부 당하고…

10년 전부터 이어온 테마파크 프로그램이 유독 올해 큰 논란으로 이어진 데는 공교로운 시점도 한 몫했다. 2월 초 한 반려동물용품 업체 대표의 견종 차별 발언이 인스타그램에서 뜨거운 논란으로 떠올랐다. 해당 업체는 반려인들 사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사랑받던 업체다. “숙소에 (있는지) 몰랐던 진도개가 있었다. 사나운지 물었는데 ‘우리개는 안 문다’고 하더라. 그래도 진도개는 진도개다”라는 말이 문제가 됐다.

‘진돗개는 무는 개’라는 선입견이 담긴 그의 발언에 진도믹스를 비롯한 진돗개 반려인들은 반발했다. 개 물림 사고가 나면 미디어는 진돗개라는 견종을 부각시키고, 맹견은 아님에도 입마개 착용을 강요받던 터였다. 그런 중에 진돗개에 대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진도개테마파크의 홍보물이 공개되자 분노는 커졌다. “진돗개를 반려하는 많은 분들이 견종 차별을 버텨오고 있다. 진돗개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짓밟지 말아달라”는 내용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포함된 맥락이다.


진도개테마파크 쪽은 학대라는 지적에 화들짝 놀랐다. 홍선호 진도개공연단 단장은 “우린 개를 학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항변했다. 어질리티(보호자와 반려견이 한 팀이 되어 장애물 코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완주하는 스포츠)와 공연에 출연하는 11마리 진돗개들은 실제 반려인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평일엔 각자 집에서 10~20분 연습을 하고, 주말 공연 전에 함께 동작을 맞춘다고 했다. 공연에 출연하는 개들의 평균 경력이 7~8년이고, 공연단원들도 50~60대 주부나 퇴직자들이라 “그저 개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무리한 훈련은 절대 없다”고 했다.

홍 단장은 현재 논란이 되는 동물학대 지적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쇼를)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니라 훈련을 통해 사회화하고 반려인과 교감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연 장비나 여건을 보완하고 개선할 생각은 있지만 쇼의 내용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했다.

진도믹스 유기견은 왜 넘쳐나나

진도의 개테마파크에 원망과 비판이 쏟아진 데는 사실 그곳이 모든 ‘진돗개들의 고향’인 탓도 있다. 유기견 11만마리 시대,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진돗개는 가장 흔한 견종 중 하나다.

11일 국내 동물단체 2곳의 유기견 현황을 살핀 결과, 보호소 입소견 가운데 절반 가량이 진도믹스였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더봄센터엔 120 마리 중 57마리가 진돗개였고, 동물자유연대의 온센터도 280마리 중 140여 마리가 진도믹스나 진돗개라고 밝혔다.

전국 지자체 보호소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된 유기견 9만4000여마리 가운데 진돗개는 3천2000여마리로 유기견종 상위 5위에 포함됐다. 유기견 통계 중 가장 많은 견종을 차지한 믹스견(6만4000여마리) 중에도 진도믹스가 상당수 있다. 이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유행했던 견종이 몇 년 뒤 유기견으로 급증하는 악순환은 진돗개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1980~90년대 중산층을 중심으로 애견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진돗개 열풍이 불었다. 진돗개는 88올림픽 개막식에서 행진하고, 대통령들의 퍼스트 독으로 소개됐다. 서울 충무로 애견 거리에도 ‘순종 진돗개’ 수요가 증가했고, 마리 당 20만~30만원에 팔리던 개들은 쉽게 거래됐고 쉽게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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