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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서 구한 슈나우져
우찬이 이야기

오늘의 이야기는 다리가 부러진채 빗속에서 벌벌 떨고 있던 우찬이 구조 이야기입니다.

팅커벨 프로젝트를 설립하고 지난 7년간 유기동물 구조활동을 하는 동안 많은 생명을 구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아이가 바로 빗속에서 다리가 부러진 채 꼼짝 못 하고 있던 슈나우져 우찬이입니다.

우찬이를 구했던 그날은 9월이었지만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날씨가 좀 쌀쌀한 느낌이 들었어요. 새벽부터 몸살기가 좀 있어서 컨디션이 안좋아서 평소처럼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고 침대에서 좀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난히 마음이 불안하고 어제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생각 때문에 컴퓨터를 켜고 팅커벨의 구조요청방을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구조요청방에는 팅커벨 회원인 타니언니께서 전깃줄에 목이 감겨져있는 앞다리를 쓰지 못하는 슈나우져 구조 요청을 했습니다. 성남시 금광동의 주택가의 아주 좁은 골목에 슈나우져 한 마리가 방치되어 있는데 구조를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성남에 살고 있던 그 제보자는 여러 단체에 구조요청을 했지만 막상 포획을 와서 도와줄 사람이 없었던 것이었지요. 제보자의 글을 읽은 타니언니도 어떻게 할 수 없어 발만 동동구르며 팅커벨의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팅커벨 회원들도 가서 도움을 줬으면 했지만 길에서 유기견의 포획이라는 것이 홍여사님과 럭키처럼 그 강아지와의 친밀한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매우 어려운 것인지라 어떻게 도움을 줘야할지를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 글을 본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잡으려면 도망가는 강아지, 경계심이 많은 낯선 강아지를 잡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다친 강아지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 일단 가보자. 지금 그 자리에 없다고 하니 어느 자리인지 확인만이라도 하고 오고, 운 좋게 있는 것을 보면 잡는 시도라도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몸살기로 찌부둥한 몸을 추스르고 갔지요. 그날 그곳에 가지 않으면 그 아이는 꼭 불행한 일을 겪을 것만 같았습니다.

다행히 타니언니를 통해서 최초 제보자의 전화 연락처를 알아서 그분께는 그곳이 어딘지 정확히 알려만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몇 분 후에 타니언니께 이런 전화가 왔습니다.

타니언니 : " 그 개가 거기에 있데요. 그런데 전혀 움직이지도 않고 있데요. 죽은 것 같데요."

뚱아저씨 : " 그렇군요. 만약 죽었으면 잘 거둬서 화장이라도 시켜줄께요."

가여운 녀석.. 그렇게 오랜 시간 추위와 굶주림 속에 지쳐있다가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 죽었나보구나.. 이런 체념하는 마음으로 차를 타고 그곳을 갔지요.

그리고 성남시 금광동의 한 주택가 입구에서 제보자를 만났습니다. 그 분께서 그 장소를 알려줬어요. 골목안을 자세히보니 개가 움직이지는 않지만 고개를 살짝 들고 있는 모습이 죽은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시력이 안좋은 제보자분께서 꼼짝 않고 있는 모습을 보고 죽었다고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그곳은 골목이라고 표현하기도 뭣할 정도로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주택가 담벼락 사이의 좁은 틈새였습니다. 그 곳의 맨 구석에 그 녀석이 비를 쫄딱 맞고 덜덜 떨고 있었던 것입니다.

주택가 담벼락과 담벼락 사이 사이 좁은 틈새의 맨 구석에서 비를 맞고 있던 슈나우져

옆에는 높이 2미터 정도로 떨어지면 위험.

집 사이를 돌고 돌아 입구를 통해서 슈나우져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비를 쫄딱 맞고 있는 그 녀석의 모습이 얼마나 안쓰럽고 눈물나는지요. 그래도 낯선 강아지라 어떨지 몰라 조금은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슈나야.. 힘들었겠구나.. 이제 괜찮아.. 아저씨와 같이 따뜻한 곳으로 가자 ~ "

이렇게 슈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지요. 슈나우져는 공격성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체념한 것일지도 모르지요. 조금씩 다가가서 손등과 턱,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슈나우져는 내가 자기를 쓰다듬어도 경계하지 않았습니다.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안 것이지만 대퇴골절상을 입은데다가 배고픔과 저체온증에 지쳐서 기력이 모두 쇠진해진 상태였지요.

​게다가 오늘 하루종일 비를 쫄딱 맞았으니까요. 아마도 오늘 이 슈나우져를 구하지 못했다면 이 녀석은 저체온증과 탈진으로 밤을 못 넘겼을겁니다.

슈나를 조심스럽게 안아들었습니다. 많이 말랐더군요. 그리고는 원래 준비해간 이동장이 있었는데 거기에 넣질 않고 바로 차안 조수석 밑에 패드를 두 장 깔고 그 위에 살짝 내려놓았습니다. 슈나는 얌전히 있었습니다.

차안에 얌전히 앉아서 뚱아저씨를 쳐다보고 있는 슈나.

슈나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함께 동행한 힐링견 순심이.

슈나를 구조한 성남시 금광동에서 팅커벨 협력병원이 있는 양천구 목동까지는 차로도 1시간이 넘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슈나를 24시간 돌보며 확실하게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다행히도 성남에서 올림픽도로를 타고 목동 협력동물병원에 도착하는동안 도로가 막히지 않아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병원에 도착해서 보니 슈나는 오른쪽 뒷다리를 못쓰는 것이 확연히 보였습니다. 아마 골절상인듯 싶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께서 보시고는 골절인 것 같으니 자세한 것은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판단하자고 했습니다.

협력동물병원에 도착해 검진을 받고 있는 슈나우져

엑스레이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골절이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오른쪽 대퇴골이 두 동강이가 난 골절입니다.

아마도 슈나는 교통사고를 당했던 것 같습니다. 이 성치 않은 다리로 그 좁은 골목에서 어두운 밤 비를 쫄딱 맞으며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마침 그때 원장님께서 진료실을 방문하셨습니다. 수의사 선생님께 설명을 듣고 엑스레이를 보고는 일단 혈액검사 결과를 보고 수술 스케줄을 잡자고 하시더군요. 혈액검사를 통해 나올 수 있는 그 수치가 정상범위여야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혈액검사 결과 다른 수치는 큰 이상은 없었으나 GPT-PS 수치가 정상범위인 17 ~ 78을 훨씬 넘는 574나 되었다. 이 경우 간의 효소작용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라고 물었더니 "앞으로 3 ~4일 정도 안정을 취하며 간에 좋은 사료와 수액주사를 맞으면 수치가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 후 정상수치 범위 내에 들어오면 그 때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설명을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수술 날짜는 다음 주 화요일 정도로 잡았습니다. 그때까지 잘 조치가 되면 정상적인 수술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우선 슈나는 수술때까지만이라도 덜 아프도록 압박붕대로 다친 부위를 감쌌습니다. 지금은 7년간이나 우리 팅커벨 아이들을 치료해준 오랜 협력동물병원이 되었지만 그 당시로서는 막 협력동물병원이 되기 시작했던 병원은 수의사들이나 간호사들이 무척 친절하고 강아지들을 대하는 모습이 애정을 갖고 대하는 듯했습니다.

골절 부위에 압박붕대를 동여매서 통증을 완화시킨 슈나

슈나는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나를 본 적도 없는데 얼마나 나를 의지하는지 모릅니다. 병원에 도착해서는 내내 내 곁에서 떠나려 하지 않더군요. "에구.. 이 녀석아.. 네가 이렇게 순해서 살았구나.. 참 다행이다."

슈나는 앞으로 3~4일 정도 보호실에서 안정을 취하면서 수액 주사와 간에 좋은 사료를 먹으면서 간 기능을 회복한 후 다음 주에 수술을 하게 됩니다.

입원장 안에서도 뚱아저씨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쳐다보는 슈나.

슈나를 안전하게 입원시키고 난 후 원장님과 만나 병원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무래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원장님께는 슈나의 치료비에 대한 예산을 잡아야 하니 어느 정도를 예상하면 될 것 같습니까? 라고 물었더니.

" 이 강아지는 골절 수술 전 검사와 수술, 그리고 수술 후 처치와 짧게는 2개월, 안전하게는 3개월 정도의 입원을 해야 합니다. 복합골절 수술비와 검사비, 후처치비가 약 100만 원, 그리고 최장 3개월까지의 입원비는 원래 하루 1만원 씩인데 5천 원으로 할인해서 다합쳐서 약 150만 원 정도를 병원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

150만 원.. 적은 돈은 아니지요. 하지만 어떻게든지 마련해야겠지요. 아마도 강남의 24시 동물병원이었다면 4 ~5백만 원은 족히 들었을 겁니다.

슈나야.. 모질던 지난 밤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니..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오늘 새벽을 이 슈나는 어떻게 견뎌낼 수 있었을까요? 아마 오늘 이 밤을 그냥 보냈다면 이 녀석은 탈진과 저체온증으로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막 이 녀석을 봤을 때는 거의 그 상태였으니까요.

정말 어렵게 구한 강아지입니다. 어쩌면 우리 팅커벨과 인연이 안닿았다면 이승과의 인연도 오늘밤에 끝났을지도 몰랐을 슈나입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 것이 그 슈나우져 아이를 구하고 돌아온 그 날 밤은 엄청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진 날이었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가장 많은 비가 한꺼번에 몰아쳤던 날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날 몸살기가 있다고 꾀부리지 않고 몸을 추슬러 이 아이를 구하러 갔던 것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 에피소드 : 그날 슈나를 데리고 병원에 도착했는데 휴대전화를 차에 놓고 내린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손님분에게 잠깐만 이 아이를 봐주세요. 하고 차에 다녀왔어요. 한 3분쯤 걸렸을 겁니다.

그런데 다녀와서 보니 이 녀석이 계속 내가 온 쪽을 쳐다보고 있더군요. 잠깐 슈나를 맡아준 손님게서 하는 말이 제가 내려가자마자 그쪽을 계속 쳐다보며 계속 끼잉 끼잉 ~ 하더래요. 그리고는 제가 오니까 안심하더랍니다.

불과 만난 지 1시간 밖에 안 됐는데 생명을 구해준 저를 의지하고 있었던 겁니다.

* 빗속에서 구한 슈나우져 우찬이 - 그 후의 이야기

이 슈나우져는 빗속에서 구한 아이라는 뜻으로 우찬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많은 팅커벨 회원들이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병원비를 후원해주셔서 무사히 잘 치료받고 회복되었습니다.

병원은 8주 만에 퇴원을 했고 실내에서 간호를 받으며 지내다가 강북구 수유동에 사는 분께 입양을 갔습니다.

그 댁은 유난히 슈나우져를 좋아하셔서 여름에 강릉시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에 구해온 슈나우져 슛돌이를 먼저 입양하기도 했던 분입니다. 그래서 새로 입양한 우찬이와 슛돌이는 친형제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골절상에서 잘 회복된 슈나우져 우찬이를 입양보내러 가던 날

같은 집으로 입양 간 슈나우져 우찬이(왼쪽)와 슛돌이

그랬던 우찬이를 입양보낸지가 벌써 만으로 6년이나 됐네요. 그동안 입양자분과는 톡으로 수시로 우찬이 소식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초 유난히 우찬이가 보고 싶어서 마침 우이동 근처를 지날 일이 있어 입양자분께 연락을 해서 우찬이를 솔밭공원에서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우찬이었지만 제 모습을 잊지 않고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뻤습니다.

이제 우찬이도 추정 나이가 10살이 넘었네요. 사랑받으며 잘 지내는 우찬이와 슛돌이 두 녀석들을 보니 정말 소중한 한 생명을 살리는 큰 보람을 느낍니다.

올해 초, 6년 만에 다시 만난 우찬이와 슛돌이

6년 만에 뚱아저씨 품에 안긴 우찬이

저는 지난 7년간 유기견 구조활동을 하면서 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유기견 한 마리를 구한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유기견의 세상은 온전하게 바뀝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글은 팅커벨 프로젝트(http://cafe.daum.net/T-PJT) 대표 뚱아저씨가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원글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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